남도의 맛, 그리고 선홍빛의 유혹
친구가 번개를 쳤다. 눈 내린 날, 막걸리 한 잔 하자고. 망원시장 전 집에서 보기로 했다. 2시간이 흘렀을까. 홍탁을 먹자고 한다. 전라도 밑반찬만으로도 훌륭하단다. 전 보다 값은 비싸지만, 제값한다고. 정월 대보름에 맛보는 ‘남도의 맛’ 나물, 묵은 김치, 갓김치, 매생이, 꼬막, 어리굴젓. 밑반찬도 깊은 맛을 낸다. 메인 메뉴 홍어는 삭힌 정도에 따라 선홍빛부터 짙은 붉은색, 갈색, 검은색까지 맛도 향도 진해진다. 홍어, 돼지 수육에 김치를 얹어서 홍어삼합에 지평 막걸리 한잔 두잔. 애탕은 그야말로 화룡점정. 귀한 나물, 김치는 수시로 시켜 먹었다. 합정역과 망원역 사이, 성산초교 사거리에 있는 홍어한마리. 남도의 맛을 잘 살렸다. 선홍빛의 홍어. 색깔이 어둡고 갈색빛이 짙어질수록 오래 삭힌 것. ..
2019. 2. 20.
26년만의 가족사진
일흔 둘, 아버지 생신 기념으로 가족사진을 찍었습니다. 26년만이네요. 26년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동네 사진관에서 '진지하게' 찍었었죠. 저는 교복을 입고, 남동생은 평상복을아버지와 어머니는 한복을 입었어요. 그리고, 26년만에 다시 모였어요. 4명이던 가족이 9명으로 늘었어요. 며느리 2명, 손녀 3명이 새 식구가 됐지요. 문득, 건강하고 행복한 지금의 모습을 남기고 싶었어요. 일흔을 넘긴 아버지를 볼때마다 '아버지도 이제 늙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고, 10살, 8살 딸들도 가장 이쁜 날을 기록하고 싶었죠. 가족사진 찍자고 제안하니, 모두들 좋다고 합니다. 같은 마음이겠죠. 전체 가족사진, 아버지와 어머니 부부 사진, 아빠와 딸, 모녀 사진. 한참을 보고 또 봐요. 아버지가 어머니를 지긋이 바..
2019.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