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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40대의 인생 영화라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를 보고

by 귤희아빠 2018.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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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40대의 '인생 영화'라며 이 영화를 알려줬다. 같이 보자고 했다. 

예고편을 보니 별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회사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쯤에

와이프가 권해 준 이 영화가 생각났다. 검색해 보니, 보고 싶어 졌다. 


'한번뿐인 내 인생 이대로 괜찮을까?'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주인공 '벤 스틸러'도 많이 늙었구나. 

비영리단체에서 기부금 모금 일을 하는 47살의 브래드 슬론(벤 스틸러).


브래드는 전세기가 있는 사업가, 백악관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동기 동창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삶을 '실패자'로 여긴다. 자신의 삶이 앞으로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찌질하게 군다. 


그 찌질한 면면들이 사실은 40대 중반인 나한테도 해당되는 일들이다. 

골드나 플래티넘 카드도 아니고, 고작 '실버'카드로 큰 혜택을 바라고, 장인 어른이 돌아가시면 재산이 얼마나 남을 것 같냐고 잠이 든 아내에게 물어 보고, 보통의 아내를 만나서 자신도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내이는 이 남자. 


아들이 하버드대에 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자, 이렇게까지 잘 키운 것 같다며 펄펄 뛰며 기뻐하고 다시 의기양양해지는 47살 남자. 미국이나 한국이나 40대 남자가 겪는 공감대가 이렇게 클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간혹 40대 중반의 동년배 아저씨를 보면,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네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주인공 '벤 스틸러'도 많이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만 내 모습을 제대로 못 보고 있는 줄도 모른다. 


하기야, 최근에 지하철 선반에 물건을 두고 내린 적이 두 번이나 연거푸 있었고, 연락할 사람 이름이 갑자기 기억이 안나고, 눈도 침침하고... 그런데 일은 잘 안 풀리고, 해 놓은 것도 없는 것 같고, 앞은 막막하고. 중학교 시절에 아버지가 다른 친척에게 '해 놓은 것도 없고......'라며 하소연하던 모습도 떠오른다. 아버지도 그때 40대 초반이었다. 


나도 일이 잘 안풀려서 좀 울적하던 참에 이 영화를 봤는데, 위안은 됐다. 솔직히 털어 놓고 난 뒤의 편안함이랄까, 공감대의 힘이랄까. 


'난 나를 추켜세우거나 비하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렸다'는 브래드의 말,

'다른 사람들은 자기 생각만 하기 바빠. 아빠는 내 의견에만 신경써. 사랑해~' 라는 아들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영화를 보고 나서, 옆에 있는 와이프와 두 딸이 더 사랑스럽다. 

세 번째 일을 하고 있는 지금, 쌓아 놓은 것이 없어서 불안하지만 하고 싶었던 일이었고, 가족과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고마운 일이다. 


브래드는 밤새 되뇌었다. '우린 아직 살아 있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실망하고 좌절하기 전에, '사랑'을 포기 하기에는 아직 젊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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