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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

가족회의를 시작했다

by 귤희아빠 2018.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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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회의를 시작했다. 9살, 7살 두 딸과 아내와 함께.

유튜브를 보느라 스마트폰과 티브이에 매달리는 아이들을 보며, 대안이 뭘까를 궁리했다. 


어느날 신문에서 '가족회의'를 하는 아빠의 육아일기를 보고, 나도 따라해 보기로 했다. 

아이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같이 놀아줘~". 근데 놀아주는 게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지난 4월 8일, 첫 가족회의를 시작했다. 다이소가서 노란색, 파란색 귀여운 노트를 2권 샀다.

가족회의록. 가족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길려고. 주로 내가 쓸려고 했는데, 첫째가 자기 일기장으로 쓴다고 가져갔다.


첫 가족회의는 가족의 규칙을 정했다. 매일 저녁 7시 30분이 되면, 거실 등 집안 정리를 하자. 

둘째는 멋모르고 손을 들었고, 첫째는 눈치를 챘는지 동의해 주지 않았다. 와이프가 간절히 요청을 했다. 

일주일 동안 지켜보니, 둘째가 곧잘 도와주고, 주로 아내 혼자 정리한다. 


4월 15일 두 번째 가족회의는 감동이었다. 

첫째가 A4용지에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 못하는 것을 적어서 발표하자고 제안을 했다. 


"가족이지만, 서로 잘 모르니까 '가족 알기'를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깜짝 놀랐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각자 A4용지에 쓰는 내용은 '나를 알자'라고 이름을 붙이고, 가족 끼리 공유하는 시간을 '가족 알기'라고 부른다. 

초등학교에서 배운 것인지, 첫째가 스스로 생각해 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대견하다. 


나도 A4용지에 썼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여행, 좋아하는 음식은 만두와 라면, 못하는 것은 다리 찢기.

첫째는 못하는 것은 책보기, 잘하는 것은 학교가기, 싫어 하는 것은 책, 좋아하는 것은 선생님과 가족. 

둘째는 책, 장난감, 침대, 똥꼬를 좋아한다고 했고, 비행기 타기와 멀미 나기, 방귀 뀌기, 줄넘기를 잘한다고 했다. 코딱지를 싫어 하고, 가위질과 국악을 못한다고 적었다. 


첫째 덕분에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것을 잘하고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게 돼서 좋았다. 


다음주 가족회의때는 서로 편지를 쓰기로 했다. 첫째 규리의 제안이다. 첫째는 누가 누구에게 편지를 쓸지도 정해 주었고, 다음 가족회의도 자기가 진행을 하고 싶다고 한다. 좋다 좋다 ㅎㅎ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가족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가족회의를 시작했는데, 벌써 가족 알기도 했고, 가족 편지도 쓰게 됐다. 부모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주도하고, 하고 싶은 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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