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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47살, 첫 하프 마라톤 참가기

by 귤희아빠 2022.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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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일(일) 오전 9시,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DMZ 평화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21km 하프. 첫 도전이다. 달리기 시작한지 1년 2개월만이다. 5km, 10km에 이어 하프까지 왔다.

오전 9시 10분쯤에 출발선에 섰다

코로나19 때문에 3년만에 열리는 대회라고 한다. 빗방울이 잠시 흩날리긴 했지만 바람부는 흐린 날이었다. 달리기엔 좋은 날씨다.

대회 이틀전 금요일 저녁에 피할 수 없는 술자리에서 노래방까지 가는 강행군탓에 달리기 전날 뻗어 있었다. 달릴 수 있을까. 머리는 띵하고 속은 울렁 울렁. 첫 하프인데 컨디션 조절이 완전 꼬여 버렸다. 달리다가 정 힘들면 그만둘 생각까지했다. 그래도 끝까지 함 달려 봐야지. 그동안 나름 준비해 온 노력이 아까워 당일 아침 일찍 파주로 향했다.

통일대교 초입. 민간인통제구역이라 허가를 받지 않으면 u턴해서 돌아가야 한다. DMZ 평화마라톤 대회는 저 통일대교를 건너 개성, 평양 방향 도로로 10km 정도 더 들어가 달린다. 이게 이 대회의 백미다.

그동안 이틀에 한번씩 새벽에 달리기를 했다. 집근처 고양종합운동장 트랙이나 근처에서 5km를 달렸다. 트랙에서 달리면 부상 걱정이 없어서 좋다.

이번 대회에서 페이스 조절하며 무리하지 않고 달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Km당 6분 속도를 유지하려고 했다. 5km까지는 평소보다 빨리 달린 느낌이다. 여러 사람과 같이 달려서 그런 것 같다.

8km쯤 달릴 때 머리쪽에 전율이 왔다. 목욕탕에서 냉탕에 있다가 열탕에 들어 가면 뭔가 온몸에 쫙 퍼지는 그런 느낌. 10km쯤에도 그런 전율이 왔다. 이게 러너스 하이 라고 부르는 그런 것인가? 궁금하다.

7~8km쯤 되면 무릎이 좀 뻐근하다. 10km를 지나면 몸이 완전 풀리고 적응이 돼서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달리면 계속 달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임진강 건너 북과 더 가까워 진다. 여긴 민간인총제구역이다
언젠가 개성까지, 평양까지도 갈 수 있겠지. 평양까지는 자전거 타고 가보고 싶다

아차, 13km 지점에서 복병을 만났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 따로 화장실도 없고 쭉 도로만 나 있는데 큰 일이다. 길가 풀숲에서 급하게 해결했다. 하프는 내 속도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소변은 미리 미리. 중간에 물도 목만 축여야 겠다. 근데 나만 소변이 마려웠나. 다른 분들은 중간 중간에 물 벌컥 벌컥 잘 마시던데. 용무를 해결하니 살 것 같다.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

골인 지점 3~4km 전부터 걷는 사람도 보인다. 나는 km당 6분 속도를 계속 유지하려고 했다. 1~2km 남겨 두고는 큰소리로 아자! 아자! 하면서 힘을 내는 아저씨들이 있다. 깜짝이야 ㅎㅎ


골인. 21km 하프. 2시간 10분 걸렸다. 10km는 1시간 걸리는 거리라 컨디션 좋으면 종종 달리기도 한다. 근데 15km 넘어 가니 몸이 힘들다.

뭔가를 2시간 정도 지속한다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 하프는 긴장이 됐다. 이제, 하프까지 해낸 몸이 됐다. 기쁘다.

골인하고 대단한 성취감보다 집에 빨리 가고 싶다. 아이스 커피도 마시고 싶고. 혼자 와서 달리다 보니, 골인 하고 나서 기쁨을 나눌 동료가 없어 좀 아쉬웠다.

대회 당일 오후엔 몸에 별다른 후유증이 없었다. 그런데, 저녁에 자려고 누웠더니 오한이 온다. 밤새 몸을 웅크리고 잤나 보다. 온몸이 흥건하다. 다음날 아침, 몸살이 온것처럼 뻐근하다. 종일 힘들다.

10km 대회때는 별 후유증이 없었다. 하프는 달리기 마치고 스트레칭 잘 하자. 집에 와서 푹 쉬자. 그래야 후유증이 덜 할 것 같다.

다음엔 30km 도전이다. 내년 상반기엔 풀코스 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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