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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하루키는 35년 동안 '몸으로' 소설을 써왔다

by 귤희아빠 2019.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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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책 첫페이지에 이렇게 메모를 해두었다. 


'하루키, 몸으로 사색하고 쓰는 사람'

'피지컬, 달리기, 수영. 매일매일 반복적으로 그 힘으로 매일 20매씩 쓴다'


'조용필, 김훈, 하루키의 공통점은 자기 삶에 충실한 사람들.

몸으로 정직하게 한걸음, 한걸음 쌓아간 사람들'


'이야기=스토리 라는 것은 인간의 영혼 밑바닥에 있는 것.

그것은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전업 작가가 되면서부터 매일 한 시간씩 달리거나 수영을 했다는 것. 


이런 기초체력으로 35년 동안 지속적으로 소설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루씩 꾸준하게' 성실함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올해 일흔 살이 되는 하루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 같다. 그의 말을 아래에 옮겨 적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현대문학 간, 2016년


장편소설 한 편을 쓰려면 일 년 이상(이년, 때로는 삼 년)을 서재에 틀어박혀 책상 앞에서 혼자 꼬박꼬박 원고를 쓰게 됩니다. 새벽에 일어나 매일 다섯 시간에서 여섯 시간, 의식을 집중해서 집필합니다. 그만큼 필사적으로 뭔가를 생각하다 보면 뇌는 일종의 과열 상태에 빠져서 한참 동안 머리가 멍해집니다. 그래서 오후에는 낮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리 방해가 되지 않는 책을 읽기도 합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아무래도 운동 부족에 빠지기 쉬워서 날마다 한 시간 정도는 밖에 나가 운동을 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의 작업에 대비합니다. 날이면 날마다 판박이처럼 똑같은 짓을 반복합니다.

(중략)

나는 그런 쪽의 작업에 관해서는 상당히 인내심 강한 성격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때로는 지긋지긋하고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가오는 날들을 하루 또 하루, 마치 기와 직인이 기와를 쌓아가듯이 참을성 있게 꼼꼼히 쌓아가는 것에 의해 이윽고 어느 시점에 ‘그래, 뭐니 뭐니 해도 나는 작가야’라는 실감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실감을 ‘좋은 것' ‘축하할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금주 단체 표어에 one day at a time(하루씩 꾸준하게)이라는 게 있는데, 그야말로 바로 그것입니다.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게 다가오는 날들을 하루하루 꾸준히 끌어당겨 자꾸자꾸 뒤로 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178쪽)


그렇게 묵묵히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안에서 ‘뭔가’가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것이 일어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당신은 그것을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만 합니다. 하루는 어디까지나 하루씩입니다. 한꺼번에 몰아 이틀 사흘씩 해치울 수는 없습니다.

그런 작업을 인내심을 갖고 꼬박꼬박 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말할 것도 없이 지속력입니다.

(중력)

그러면 지속력이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가.

거기에 대한 내 대답은 단 한 가지, 아주 심플합니다. 기초체력이 몸에 배도록 할 것, 다부지고 끈질긴, 피지컬한 힘을 획득할 것, 자신의 몸을 한편으로 만들 것. (179쪽)


나는 전업 작가가 되면서부터 달리기를 시작해 삼십 년 넘게 거의 매일 한 시간 정도 달리기나 수영을 생활 습관처럼 해왔습니다. 달리기를 좋아해서 그냥 내 성격에 맞는 일을 습관적으로 계속하는 것뿐입니다.

(중략)

그리고 그런 생활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면서 나의 작가로서의 능력이 조금씩 높아지고 창조력은 보다 강고하고 안정적이 되었다는 것을 평소에 항상 느끼고 있습니다. (184쪽)


그럼에도 그 의미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채 우선 이 달리는 습관은 끈질기게 유지했습니다. 삼십 년이라면 상당히 긴 세월입니다. 그만한 세월 동안 줄곧 한 가지 습관을 변함없이 유지하려면 역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가. 달린다는 행위가 몇 가지 ‘내가 이번 인생에서 꼭 해야 할 일’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간결하게 표상하는 듯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대략적인, 하지만 강력한 실감(체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몸이 좀 안 좋아. 별로 달리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이건 내 인생에서 아무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라고 나 자신에게 되뇌면서, 이래저래 따질 것 없이 그냥 달렸습니다. (186쪽)


당신이 희유의 천재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재능을 시간을 들여 조금이라도 높이고 힘찬 것으로 만들어가기를 희망한다면, 내 이론은 나름대로 유효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지를 최대한 강고하게 할 것, 또한 동시에 그 의지의 본거지인 신체를 최대한 건강하게, 최대한 튼튼하게, 최대한 지장 없는 상태로 정비하고 유지할 것-그것은 곧 당신의 삶의 방식 그 자체의 퀄리티를 종합적으로 균형있게 위로 끌어 올리는 일로 이어집니다. 그런 견실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거기서 창출되는 작품의 퀄리티 또한 자연히 높아질 것, 이라는 게 나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삶의 방식의 질을 레벨업 해나갈 것인가. 그 방법은 사람마다 제각각입니다. 100명 사람이 있다면 100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각자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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