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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응답하라 1988' 현실로 만든 세운상가 붐박스

by 귤희아빠 2019.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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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말 중학교 다닐 때,
가장 즐거웠던 나만의 시간은

삼성 '마이마이'로 이문세와 박정운을 들을 때였다.

그것도 이어폰을 귀에 꽂고 동네공원에서 혼자서.
신세계였다.

 

집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맘껏 들을 수가 없었다. 삼촌은 금성에서 만든 큼지막한 은색 카세트를 끼고 살았다.  

 

'마이마이' 같은 미니 카세트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소니 워크맨이 최고였고, 아이와, 산요도 좋았다. 

 

삼촌이 듣던 큰 은색 카세트가 시원찮아질 무렵, 

괴물이 나타났다. 파나소닉 더블 카세트.

엄마는 소문을 듣고선 미군 부대에서 '신상'을 구해왔다.  

 

이 놈은 테이프가 동시에 두 개가 돌아가니까 테이프 복사가 가능하다.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특집 방송을 녹음한 뒤에, 복사해서 자랑하기에도 좋았다.  

 

그게 붐박스였다. 

붐박스는 운반 손잡이가있는 하나 또는 두 개의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 플레이어와 AM/FM 라디오를 특징으로하는 트랜지스터식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를 말한다. 

 

지금은 테이프가 있어도 들을 수 있는 카세트를 찾기도 힘든데, 그 붐박스를 한 곳에 모아 전시도 하고, 음악도 들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내 사춘기 시절의 신세계, '응답하라 1988'을 현실로 만든 이곳.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3층 보행데크에 있는 붐박스.  

2020년 1월말까지 붐박스 전시를 한다고 해서 시간 내서 찾아 갔다. 

 

<서울경제> 신문에도 실렸다.

세운상가, 레트로감성 체험공간 무료 전시

세운더하기 협동조합은 아날로그 체험공간 ‘붐 박스(BOOM BOX)’를 세운상가에 3층 보행데크에 설치하고 1월 말까지 무료운영한다고 20일 밝혔다.1970~90년대까지 유행하던 오디오 기기인 붐 박스의 이름을 본 따 ..

m.sedaily.com

 

반짝 반짝 LED 조명이 세련되고 멋있다. 세운상가 3층 보행테크로 가면 한 눈에 찾을 수 있다. 
붐박스 출입구 쪽에도 이쁘게 LED 조명이 반짝 반짝. 저 LED 조명 우리 집에도 함 달아 볼까.
우와, 다양한 브랜드와 크기, 기능을 가진 붐박스들. 브라운관 텔레비전에 내 모습도 보이고. 엽서도 써서 보낼 수 있다.
사이먼 가펑클 뮤직 비디오도 나오는 구나. 그 옛날 삼촌 생각도 나고... 
세상에. 내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그 오래된 붐박스에서 음악이 나온다. 조지 마이클의 '라스트 크리마스'를 함 틀어 본다. 
LED 액자에서 인증샷. 오른쪽에 계신 분이 이 붐박스 체험공간을 직접 꾸민 강 대표님이다. 저 많은 붐박스를 다 모으고 디자인과 설치까지. 저 별 모양 조명부터 LED 조명 등 세운상가 주변 상가에서 모두 구했다고 한다. 
이 공간은 원래 휴식 공간이었다. 누구나 와서 쉬어 갈 수 있다. 왼쪽에 보이는 8폭 병풍도 묘하게 어울린다. 국보 유물을 비단실로 자수를 짰다. 바닥에 보이는 발자국이 포토존.
4벌식 타자기. 나도 툭툭 쳐 보았는데, 4벌식에 낯설어 글자를 제대로 쓰지는 못했다. 조금 뒤에 50대 중반의 한 여성분이 오셨는데 무척 반가워 한다. 20대에 써 보셨다며 툭툭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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