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서 일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둔다.
나는 일식과 온천이 좋아서 삿포로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2005년 당시, 조성모의 뮤직비디오가 유행했는데, 그 배경지가 삿포로 오타루의 오르골 가게였다. 한 겨울의 삿포로. 꼭 가보고 싶었다. 일본 영화 <러브레터>에 나오는 ‘오겡끼 데스까’를 애뜻하게 내지르던 드넓은 눈밭도 오타루였다. 우리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가장 비싼 비행기를 타고 홋카이도로 갔고, 이국적인 풍경을 만끽했다.
나는 지금까지 9번의 해외 여행을 다녀 왔고, 그 중에서 일본은 큐슈(히로시마), 오사카/교토, 홋카이도(삿포로,오타루)를 다녀 왔다. 교토는 다시 가고 싶고, 도쿄 시내도 궁금하다. 나라로 치면 일본을 가장 많이 다녀왔다. 가깝기도 하지만 깔끔하고 음식이 입에 맞았고 낯설지 않고 ‘선진국’이라고 여겼다. 하는 짓(전쟁,정치)은 밉지만 보고 배울게 많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나는 결혼 전후에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일본으로 1~2년 정도 유학을 가거나 살다가 올까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나는 고등교육 전문지에서 기자로 일을 했는데, 우리나라의 교육정책 역시 일본을 따라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10년 정도 앞서 있다’ 는 사회적 통념이 교육분야에도 적용되고 있었다.
내가 일본으로 가야 겠다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교육부 고위 관료의 이야기를 듣고서다. 한국 교육정책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일본의 교육정책 변화를 잘 살펴보라고 귀뜸해 주었다. 이게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노무현 정부때 도입한 로스쿨 제도는 일본이 먼저 도입한 것을 참고했고, 국립대 법인화정책 역시 일본이 먼저 도입해 추진했던 것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한국 교육정책의 방향과 미래를 살펴보려면 일본 교육정책을 좀더 면밀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일본으로 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책이든 여행이든 인터넷이든 사람 인터뷰 등 일본에 대한 정보를 잘 파악하기 위해 일본어는 배워야겠다고 늘 다짐만한다. 일본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랬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극일을 위해 진짜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 과학에 더 투자하고, 오래된 전통도 소중히 여기고 가꿔 나가야 하고, 우리말을 중시하는 주체적인 학문관 수립 등 기초와 뿌리를 튼튼히 하는 인식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소미아 폐기 결정은 뜻밖이었다. 미국 요구대로 연장할 줄 알았다. 관행대로. 나도 지금까지의 관행에 젖어 있다. 주체적인 인식과 실천은 나부터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렇게 깨닫고 다시 개선해 나가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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